미셸 클레이피라는 생소한 이름의 감독이 연출하고 프랑스와 팔레스타인 자본이 들어간 은 정치에서 일상의 관습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게 맞물린 인간사의 모순을 섬세하게 짚어낸 영화. 이스라엘군의 통제 아래 있는 한 팔레스타인 마을에서 성대한 결혼식이 벌어진다. 이스라엘에 점령당한 땅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에 더해 사적인 행사인 결혼식에도 정치적인 선택의 문제가 끼어든다. 군의 감시하에서 결혼식을 치러야 하느냐 마느냐, 점령 사령관을 초대하느냐 마느냐, 불행한 세상에서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르는 게 가당치 않느냐에 이르기까지 평화로운 세상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문제들이 번잡하게 끼어든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끝나는게 아니다. 새 신랑은 권위적인 아버지의 위세에 눌려 지내는 심약한 자신에 대해 갈등이 많다. 신부는 신부대로 순결을 명예라 여기는 낡은 관습에 대해 불만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남자와 여자, 어른과 청년 세대 등 여러 층위로 얽힌 갈등이 한꺼번에 숨어 있는 것. 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딱딱한 큰 주제로 풀어가는 게 아니라 일상의 문제를 통해 바라보면서 조금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결혼풍습을 보는 것은 그럭저럭 재미있다. 일상에서 가장 첨예한 정치적 문제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따라가는 이 영화의 풍경은 자세를 바로 잡고 생각해야할 거리를 던져주지만 그래도 잔치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