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제위기가 홍콩의 조폭에 끼친 영향은? 사채업자, 은행원, 경찰, 조폭이 서로 얽히게 된 사유는?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독은 흔치 않을 것이다. 조니 토 감독의 은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이웃이건, 혹은 범죄자이건 간에 ‘돈’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 쉽게 파멸되어가는 가를 잘 짜여진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별 볼일 없는 조폭 팬더는 동료 유와의 보석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은행원 테레사는 사채업자 유엔에게 영수증 없이 돈을 내주었다가 곤란에 처한다. 조폭의 검은 돈을 주식으로 관리하다가 날려버린 렁은 살해의 위험에 노출된다. ‘돈’의 노예가 된 그들은 모든 것이 파멸되어 가는 순간에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차 안에서 죽어가면서도 주식시장에 관한 뉴스를 듣고 있는 렁, 죽어가는 동료 렁을 두고 주가만 주시하는 팬더의 모습은 이 작품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다. 폭력장면이 거의 없지만, ‘인간성’이 사라져 가는 현대사회에 대해 조니 토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는 서늘하다.